해발 1,113미터의 황매산 정상부근에는 넓은 황매평원이 있다. 흔히 보이는 우리네 산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산 위에 평야다. 해발 700미터에서 900미터의 넓은 땅에 젖소를 풀어 기른 탓에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평원이다. 목장이 떠나고 난 초원에는 봄에는 철쭉이, 가을에는 억새가 자라면서 산 속 장관을 만들어냈다.
“철쭉과 억새사이”는 황매산 군립공원의 관광휴게소로, 철쭉과 억새밭이 펼쳐지는 해발 850미터 길목 위 대문 역할을 한다. 건축은 자연의 위대함에 겸손하게 자세를 낮추고 땅에 가장 가깝게 붙어있다. 게다가 산의 형상에 맞추어 그것을 반원의 모양으로 앉히니 자연과 건축의 경계가 그리 어색하지 않다. 혹시나 건축이 풍광을 가릴까 그마저 중간 중간을 비워내니, 군데군데 이가 빠진 천진한 아이의 웃는 모습처럼 사이사이 철쭉과 억새가 언뜻언뜻 드러난다.
“철쭉과 억새사이”는 콘크리트 뼈대에 철과 유리만을 입혀 완성됐다. 철을 주재료로 사용했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자연과 동화된다. 사계절의 변화에 맞추어 색이 바뀌고 비바람에 녹이 슬고 얼룩이 진다. 젖소를 키우려고 만들어진 평야였지만 분홍 철쭉과 은빛 억새가 세상의 어떤 명산보다 빼어난 경관을 만들어냈듯이, 건축도 자연을 닮아가길 기대했다.
“철쭉과 억새사이”는 건물의 틈으로 철쭉과 억새가 사이사이 보이는 모습을 상상해 만든 이름이지만, 철쭉 보러 봄나들이 갈까 억새 보러 가을여행 갈까 고민하는 우리의 마음을 은유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