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
2013 경기도건축상 은상
"철거에서 재생으로"_20병상의 산부인과병원과 창고형 쇼핑몰 건물이 주차장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하고 있다. 두 건물의 소유주는 모두 산부인과 병원의 원장이다. 건축주는 채 10년이 안된 하이마트 건물을 “계륵(鷄肋)”으로 여겼다. 허물자니 아깝고 사용하자니 눈높이가 맞지 않았다. 하이마트건물은 철골조에 폴리패널로 마감한 전형적인 저가 쇼핑몰 건물이었다. 빨리 부수고 새로 짓는데 익숙한 우리의 문화에서, 많이 노후되진 않았지만 기능의 불일치로 철거의 위기까지 갔던 창고형 마트건물은 건축가와 건축주의 끈질긴 노력 끝에 산부인과병원으로 재생되었다.친환경건축의 기본은 기존 시스템의 활용에서 시작된다. 새로운 개발은 언제나 기존질서를 파괴하고 환경을 훼손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반드시 필요한 개발은 기존 인프라가 구축된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한 것처럼, 신도시 건설보다는 구도심의 재개발이, 전면 재개발보다는 수복형 재생이, 신축보다는 리모델링이 항상 친환경적인 수단이다. 재개발과 재건축이 부동산 가치를 높이는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우리 현실에서 고쳐 쓰는 것보다는 부수고 새로 짓는데 너무 익숙해진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볼 시점이다. "기존의 낡고 불편한 건축물을 증축, 개축, 대수선 등을 통하여 건축물의 기능향상 및 수명연장으로 부동산의 경제효과를 높이는 것을 말한다."가 네이버에서 말하는 리모델링의 정의이다. 비록 심하게 낡지는 않았지만 기능적인 장애를 안고 있는 건축물을 병원 용도에 부합시켰고, 수명을 연장시켰으며, 부동산의 가치도 올려놓았다. 다행히 쇼핑몰로 사용됐던 건물이었기 때문에 병원의 복잡한 설비시스템을 감당할 수 있는 충분한 층고를 확보하고 있었고, 장스팬의 기둥모듈은 향후의 기능변화에 유용했다. 외부에서는 기존병원의 외관 재료와 조형어휘를 부분적으로 차용하고 두 건물 사이에 길고 낮은 가벽을 두어, 주차장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있는 병원을 하나의 건물로 인식할 수 있도록 계획하였다.
Masterplan_병원은 규모와 상관없이 이전과 변형이 잦은 시설이다. 쉬즈메디병원은 기존 20병상의 단일건물 의원에서 두 동의 건물이 연결된 50병상의 병원으로 변모되었다. 향후 지하 2개 층과 브릿지 뒷편으로 9층의 병동이 신설되는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중장기적 마스터플랜 관점에서 기존 병원건물은 병동으로, 쇼핑몰건물은 외래와 수술동으로 리모델링되었다. 마스터플랜이 완성되었을 때 수술동은 신축될 건물 3층으로 확장되며, 지하 2층부터 3층까지 모든 건물이 연결되는 포디움이 구성될 계획이다.
Transition_리모델링 과정은 내외부에 걸쳐 진행되었다. 수술동은 쇼핑몰건물의 원형코너를 정방형으로 펴 공간의 효율을 높였고 40M 장스팬의 브릿지를 두 동간에 연결하여 건물을 일체화시켰다. 브릿지가 연결된 3층은 수술실과 신생아실이 위치하고 있어 병동과 수술동에 원할한 동선을 제공한다. 병원을 운영하면서 공사를 진행해야하기 때문에 면밀히 검토된 중간이전계획(interim plan)을 통해 병원의 운영지장과 환자의 불편을 최소화시켰다.
Healing Bridge_철거의 위기까지 갔던 건물을 재생시킨 가장 중요한 공로자는 바로 연결다리다. 다리가 연결된 3층은 수술실과 신생아실이 위치하고 있어 병동과 수술동에 원활한 동선을 제공했고, 이질적인 두동의 건축물을 하나로 연결하는 대동맥이며 휴식공간이 되었다. 산모들과 보호자들은 답답한 병실에서 나와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거나 순산을 기원하며 다리 위를 산책한다. 왕복 100미터가 넘는 연결다리는 비렌딜트러스구조(vierendeel truss)로 계획되었기 때문에 하부에 주차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외부로의 조망을 확보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