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부터 90년대에 걸쳐 “한 지붕 세 가족”이라는 일요 아침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되었다. 한 지붕 아래에서 서로 부딪기며 사는 세 가족의 에피소드를 소박하게 풀어냈던 드라마로, 일요일 아침 온 가족이 모여 한가롭게 즐겨보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관악도시보건지소는 보라매동 주민센터의 셋집이다. 건물을 위한 독립된 부지를 찾지 못한 관악구는 결국 보라매동 주민센터의 주차장부지에 보건지소를 건설하게 되었다. 하지만, 보라매동 주민센터의 기존 환경도 녹녹치 않았다. 대지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비좁은 막다른 도로에 불법으로 주차된 차들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야 했고, 건물주변에는 단독주택 및 다가구주택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남의 땅을 빌어 들어온 처지라 온전한 모양을 갖추기가 쉽지 않았지만, 주민센터에 입구와 나란하게 보건지소를 길게 배치하여 접근 보행동선과 주차를 분리시켰다. 보건지소에는 작은 광장을 두어 지역주민들이 잠깐 모여 담소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했다. 세 개의 박공지붕으로 공간을 분리하고, 친근한 전벽돌로 주변과 동화시키고, 최소한의 창을 내어 인근주택들과 다툼을 피했다. 따뜻한 가족애와 소박한 서민의 삶을 담았던 드라마와 같이, 보건지소, 주민센터, 그리고 지역주민이 마치 '세 지붕 아래 한 가족'이 되어, 관악도시보건지소가 지역사회의 새로운 보금자리로 자리잡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