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서울시건축상 최우수상
2011 한국건축가협회상 BEST7
2010년 준공된 안중근의사기념관은 남산 중턱의 느티나무 숲속에 있다. 기념관이 들어선 대지주변은 일제 강점기 때의 조선신사 터였다. 70여 년 전까지 신사참배를 종용 받던 조선의 땅 위에 안중근의사의 영정을 모시게 되는 꼴이다. 기념관은 그 설욕의 땅을 파헤치면서 대지위에 새로운 역사를 만든다. 건물이 들어설 대지 안의 흙을 그것의 체적만큼 들어내고, 다시 12개의 덩어리로 분절해 같은 자리에 앉혔다. 마치 가라앉은 대지의 틈에서 12개의 기둥이 솟아나오는 모양이 만들어졌다. 12개의 기둥모양은 안중근의사의 후광에 가려진 12명의 단지동맹이 육화된 것이다. 1909년 자신의 무명지를 끊고 대한독립을 맹세했던 그들 속에서 안중근의사를 재조명된다. 안중근의사를 기념하기위한 제례의식은 주변보다 5미터이상 낮은 지하레벨의 진입에서 시작된다. 관람객은 경사로를 따라 걸으며 측면의 벽에서 흘러내리는 얇은 물의 띠 너머 그의 유묵과 어록을 접하게 된다. 건물 반대편의 주출입구까지의 조용하고 긴 호흡의 여정은 현실에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전이과정이자 관람객과 안중근을 연결하는 매개과정이다. 관람객은 로비를 거쳐 세 개 층이 오픈된 아트리움에서 비로서 안중근의 동상과 마주하게 된다. 천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은 때로는 안중근을 때로는 관람객을 비추며 내부를 가득 채운다. 내부의 기능에 따라, 남산의 자연으로 열리고 닫힘이 다양하게 변화되며 공간은 안과 밖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어둡고 극적인 전시를 탈피하고, 12개로 분절된 내부공간의 밝은 연출을 통해 안중근의 성장과 죽음을 설명한다. 전시를 모두 관람한 후, 관람객은 가장 밝은 기둥인 계단실을 통해 남산의 자연을 온전하게 감상할 시간을 갖는다. 경사로를 따라 들어올 때와 정반대의 순서로 과거에서 현실로 돌아가는 과정이다. 남산의 사계절을 담기위해서는 기념관은 너무 투명해서도 너무 불투명해서도 안 된다. 반투명한 외피로 감싸진 기념관은 낮에는 12개의 육중한 기둥이 마치 위패와 같이 옛 신사의 터를 짓밟고 당당하게 서있으며, 밤에는 12개의 기둥에서 발산되는 빛으로 남산을 찾은 많은 이들을 안전하게 지켜준다.
상징과 해석_주어진 가로 35m, 세로 49m의 직사각형 대지 안의 흙을 건물의 체적만큼 들어내고, 그것을 12개의 메스로 분절해 같은 자리에 다시 앉혔다. 마치 선큰된 대지의 틈에서 12개의 기둥이 솟아나오는 듯한 형상을 취하게 된다. ‘12’라는 숫자는 안중근의사의 후광에 가려진 단지동맹 12인의 역사적 인물을 의미하며 1909년 자신의 무명지를 끊고 대한독립을 맹세했던 그들 속에서 안중근의사를 재조명하고자 하였다. 낮에는 12개의 육중한 기둥이 마치 위패와 같이 옛 신사의 터를 짓밟고 당당하게 서있을 것이며, 밤에는 12개의 메스가 조명과 함께 남산을 찾은 많은 이들에게 은유적으로 각인의 빛을 밝혀 줄 것이다.
기념(Memorial)과 의식(Ritual)_기념관을 무엇보다 기념관답게 만드는 것은 관람객이 체험하게 될 분위기와 마음가짐이며 그것은 기념할 대상을 상기시킬 수 있는 건축적 매개방식에 달려있다. 이러한 일련의 작업이 결여된 기념관은 결국 현란한 전시방법과 아무도 읽지 않는 깨알 같은 글들로 채워져 있는 전시패널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새 기념관에는 억지스런 연출을 최대한 배제한 채 남산의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제의공간을 제안했다. 이 건물의 기념을 위한 의식(Ritual)은 주변보다 한단 낮은 선큰 레벨로의 진입에서 시작된다. 관람객은 진입로 램프를 따라 걸으며 경계의 못에서 흘러내리는 박막의 벽천을 통해 안의사의 유묵과 어록을 접하게 된다. 건물 반대편의 주출입구까지의 조용하고 긴 호흡의 여정은 현실과 과거의 전이공간이자 매개공간이 되며 기념관의 외부 전시공간이 된다.
기념(Memorial)과 공간_기념관은 기념공간이자 공공공간인 이중적 구조를 가졌다. 전면의 성격만을 강조하고 이면의 기능을 무시한 기념관은 쉽게 일반인의 기억 속에서 잊히게 된다. 기념하기 위한 대상만을 고려한 경건하고 엄숙한 분위기만을 고집하는 건물은 관람객의 발걸음을 계속 끌어들이지 못한다. 새 안중근의사기념관은 균질한 반투명 재질의 외피를 가졌다. 내부의 기능에 따라 외부와 열리고 닫힘이 다양하게 변화하며, 어둡고 극적인 공간연출보다는 12개의 박스 속의 밝고 다양한 내부공간을 만들어 낸다. 제의적 환경을 위한 건축어휘는 밝은 공간에서도, 외부에서도 가능하며, 결국은 기념공간의 확장까지 가능케 한다.
설 계: 임영환+김선현(디림건축사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