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삭바삭한 도시경관 만들기 II_가로수길은 강남을 대표하는 젊음의 거리이다. 최근 들어 리모델링과 신축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다양한 성격의 건물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올해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일본 건축가 이토도요을 설명할 때 오모테산토의 토즈는 항상 빠지지 않는 대표작중 하나이다. 오모테산토는 일본건축가들 뿐만 아니라 기라성같은 세계적 건축가들의 작품이 즐비한 대표적인 관광명소이다. 도쿄의 상젤리제 거리로 대변되는 오모테산토가 건축과 상업적 성공을 동시에 이룬 이유는 단순히 건축가의 명성이나 명품매장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마치 자기만을 봐달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는 소리 없는 전쟁터에서 브랜드 경쟁력을 창조하기 위한 건축가의 직업정신과 조화로운 도시경관을 만들어야 하는 사회적 책임간의 절충점이 필요한 이유이다. 가로수길에서는 국적과 시대를 알 수 없는 수많은 건축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현란한 외피와 네온사인으로 무장한 건물들이 서로 화려함을 경쟁하고 있다. 리모델링 대상은 80년대에 준공된 5층의 타일 마감의 상가 건물이었다. 홍대점의 특징이 3mm 와이어로프가 만들어내는 바삭바삭한 실루엣이라면 가로수길점은 반투명의 유글래스(U-shaped glass) 박스가 연출하는 단순함의 미학이다. 1층의 쇼윈도를 제외하면 건물 전체가 거의 무표정한 외피로 감싸져 있다. 낮 동안, 건물은 우유빛의 무채색 외피와 함께 도시에 묻힌다. 하지만, 원색의 컬러와 차가운 금속성 피부로 화려하게 차려입는 주변의 건물보다 오히려 눈에 들어온다. 마치 컬러사진 속에 흑백의 인물처럼 은은하게 시선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밤에는 화려한 네온사인과 조명으로 시각적 포화상태에 이른 도시에 단색의 조명으로 대응한다. 마치 움직이는 영상 속에 스틸사진과 같이 조용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다. 무채색의 단순함이 화려하고 복잡한 상업가로에서 생존할 수 있는 역설적인 생존 방식이 된 것이다.
설 계: 임영환+김선현(디림건축사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