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산도서관은 고쳐쓰기에 좋은 골격을 가지고 있었다. 중앙에는 시원한 아트리움이 있고, 로비에서 2층으로 넓은 계단이 이어지고, 큰 창을 통해 주변의 숲이 한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좋은 환경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설계의 과정은 단순했다. 기존 건축이 가지고 있던 의도대로 도서관을 복원시키고, 강조하고, 그리고, 지난 시간의 때를 조금 걷어내는 것.
우선 주출입구에서 뒷마당까지의 시선을 차단하는 모든 것을 비워냈다. 불필요한 천정을 걷어내고 설비를 정리하니 빼곡한 책장으로 막혀있던 공간의 흐름이 열리고, 어두웠던 내부공간은 한층 밝아졌다. 로비와 중앙홀을 제외하고 1층은 모두 책으로 가득 채웠다. 대신 2층은 높은 책장을 모두 없애고 공간을 느슨하게 풀어주었다. 답답하고 어두웠던 2층의 열람실에 주변의 숲이 보이고 공간의 밀도로 막혀있던 숨통이 터지면서 도서관은 주변과 공명하기 시작했다. 천정 속에 숨어있던 천창의 경계에 프레임을 걸어 시각적으로 돌출시키고 저녁에는 조명이 떨어지도록 했고, 2층으로 연결된 넓은 계단의 한편을 데크로 구성하여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어두운 곳과 밝은 곳, 비워진 곳과 채워진 곳, 빼곡한 곳과 느슨한 곳, 서고와 열람실, 짙은 회색톤과 밝은 흰색톤 마감. 생명의 이분법처럼, 작은 도서관은 둘로 나뉘었지만 공간의 효율은 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