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림건축사사무소의 새 사무실입니다. 앞마당에 40년된 감나무가 있습니다. 이 나무때문에 설계기간이 두 배로 들었습니다. 이 나무때문에 건물이 뒤로 밀렸습니다. 이 나무때문에 평면이 수차례 바뀌고 허가를 취하하고 다시 도면을 그렸습니다. 아끼던 직원 한 명도 덩달아 나갔습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모든 것이 이 나무 덕분이었습니다. 이 나무 덕분에 출근하는 아침이 즐겁습니다. 이 나무 덕분에 비오는 날 일하는 맛이 납니다. 이 나무덕분에 테라스로 자주 나가 바람도 쐬고 머리도 식히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감나무 덕분에 건축도 살고 저도 살고 있습니다.
오랜 공사기간동안 가지가 잘리고 뿌리도 많이 훼손되었지만 감사하게도 잘 살아남아 주었습니다. 올해는 열매를 맺지 못하겠지만 내년 가을에는 붉은 감이 주렁주렁 매달려 붉은 벽돌과 잘 어울릴거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