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수백 년에 걸쳐 서서히 완성된 서구의 민주주의와는 달리 우리의 민주주의는 우리의 경제발전만큼 짧은 시간동안 압축되어 성장했다. 압축된 시간만큼 희생의 빛깔은 짙고 참혹했다. 청년들의 죽음은 우리 사회에 지울 수 없는 고통과 상처를 남겼다. 하지만, 그들로 인해 우리는 봉기했고 세 번의 독재정권을 전복시킬 수 있었다. 마산항의 바다는 낭만적인 자연이 아니다. 우리사회에 큰 생채기를 남긴 고통의 바다이며 김주열 열사의 사체가 잠겨있던 검은 심연이다. 민주주의 전당은 바다 위에 떠있는 검은 바다와 같다. 짙은 어둠 속에 무겁게 가라앉아 있던 김주열 열사의 사체처럼 민주주의 전당의 콘크리트 외벽은 검은 철망에 감싸져 있다. 검은 철망을 비치는 조명이 건물에 그림자를 드리우며 마산항 앞바다의 밤을 밝히는 등대가 된다.